나비어리 싱가포르 출장기 1탄 - 버드 파라다이스
동물들이 살아가는 공간을 보고 배우고 싶어 떠난 싱가포르 Bird Paradise. 웅장한 방사장과 새들의 일상을 만나며 느낀 즐거움과 생각을 나눠요.
나비어리 싱가포르 출장기
들어가며
나비어리를 준비하면서 좋은 사육 환경은 어떤 환경인지 계속 고민하고 있어요.
사진이나 자료로 찾아보는 것도 좋지만, 잘 갖춰진 사육 환경을 직접 눈으로 보고 살펴보는 경험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다른 곳에서는 동물들을 어떻게 돌보고 있는지 배우며 좋은 환경을 알아보는 안목을 넓히는 것도, 브리더로서 갖춰야 할 자세라고 느꼈거든요. 그래서 이번에는 나비어리 팀이 함께 싱가포르의 만다이 와일드라이프 리저브(Mandai Wildlife Reserve)로 출장을 다녀왔어요.
그리고 사실, 나비어리 팀은 동물들이 살아가는 모습과 공간을 바라보는 그 자체를 좋아해요. 이번 출장도 배우고 싶은 마음과 좋아하는 것을 실컷 보고 싶은 나비어리 팀의 사심을 가득 담아 즐겁게 둘러보면서 궁금한 점들을 살펴봤어요.
첫 번째로 다녀온 곳은 Bird Paradise예요.
Bird Paradise는 400종 이상, 3,500마리 이상의 새가 생활하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조류 공원이에요. 새를 중심으로 공원 전체가 조성되어 있고, 관람객이 안으로 들어가 둘러볼 수 있는 대형 조류사도 8개나 있어요. (공식 소개)
이번 글에서는 버드 파라다이스에 어떤 새들이 있는지 소개하기보다는 새들이 어떤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고, 사람의 돌봄이 그 일상에 어떻게 어우러지는지, 그리고 그 모습을 보며 저희가 느끼고 배운 점 위주로 이야기 해볼게요.
1. 새들이 사는 자연 속으로
대형 방사장에 들어갔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정말 넓다'였어요. 새가 사는 시설을 보는 정도가 아니라, 하나의 자연을 만들어 놓은 듯한 웅장함이 있었거든요. 그런 공간이 여러 개 이어지고, 서식지별로 새들을 만날 수 있다는 점도 인상 깊었어요.
그 안에 서서 느꼈던 웅장함은 정말 특별했어요. 사진과 글로 그 느낌을 다 전해드릴 수 없는 게 아쉬워요.

넓게 펼쳐진 나무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마치 거대한 숲 안에 들어와 있는 듯했어요.

나무 사이로 보이는 새들을 찾아보세요. 얼마나 높이 날 수 있는 공간인지 느껴지시나요?
Bird Paradise의 조류사들은 서로 다른 지역의 서식지를 바탕으로 만들어졌어요. 아프리카의 숲, 남아메리카의 습지, 동남아시아의 논, 호주의 유칼립투스 숲처럼 구역마다 참고한 환경이 달라요. (공원 조성 안내)
싱가포르에 도착하자마자 키 큰 나무들이 즐비했던 거리가 기억에 남아요. 방사장 안에도 높이 자란 나무가 많았고, 이 나무들을 품고 있는 대형 방사장에서는 새들이 높은 곳에 있어 아래에서는 찾기 어려운 곳도 있었어요. Heart of Africa를 대표로 설명 드려볼게요. 아프리카의 숲이 있는 계곡을 바탕으로 조성한 이 구역은, 공식 설명에 따르면 공사를 하면서 기존에 있던 큰 나무 150그루 이상을 보존했다고 해요. (Heart of Africa 소개)
실제 숲에서 저 나무 위의 새를 보고 싶었다면 어땠을까요? 아마 망원경이나 쌍안경을 들고 한참 올려다보며 탐조를 해야 했겠죠. 그런데 이곳에서는 높이가 다른 다리를 따라 걸으며 숲을 아래에서도, 위에서도 바라볼 수 있었어요. 덕분에 높은 나무 위에서 생활하는 새들도 가까운 눈높이에서 관찰할 수 있었고요.

높은 관람 동선에서는 나무 위의 새들을 가까운 눈높이에서 바라볼 수 있었어요.

사진 왼쪽 아래에 살짝 보이는 관람객을 보면, 제가 사진을 찍은 곳과의 높이 차이가 느껴지시나요?
제가 인상 깊게 느낀 건 새들의 생활 공간을 존중하면서 사람이 그 풍경 안에 어우러져 관찰할 수 있도록 길을 만들었다는 점이에요. 자연과 새들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으면서도 충분히 구경할 수 있는 경로를 세심하게 고민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길을 따라 걷는 사람도 그 공간의 일부가 되는 듯했고요.
방사장 안에서는 제가 새를 보러 온 관람객이라기보다, 새들이 살고 있는 자연에 잠시 들어온 사람처럼 느껴졌어요. 나무와 식재가 배경으로만 있는 게 아니라 새들의 생활 공간을 이루고 있었거든요.
키 큰 나무들은 안식처도 되어줬지만, 나무에 열린 열매는 새들에게 풍부한 먹이가 되어줬어요. 먹이를 찾고 얻는 과정인 포레징(Foraging)이 그 새들이 지내는 나무 사이에서 이어지고 있었어요. 맛있게 열매를 먹고 있는 새를 이렇게 가까이 바라볼 수 있다니, 특별한 경험이었어요.


얼마나 맛있게 먹는지 한참 쳐다보는데 저희를 신경도 쓰지 않았어요.
Wings of Asia에는 원래 그 자리에 있던 과일나무 일부를 남겨 두었다고 해요. 열매가 맺히는 시기에는 과일을 먹는 새들이 그 열매를 먹기도 한다고 안내하고 있어요. (Wings of Asia 소개)
2. 자연과 어우러진 사람의 손길
나무의 열매를 먹는 새들 곁에서는 사육사들이 시간에 맞춰 먹이를 준비해 주고 있었어요. 자연에서 얻는 먹이와 사람이 제공하는 먹이가 함께 있는 모습을 보니, 이 자연스러운 일상을 사람들이 어떻게 돌보고 있는지도 궁금해졌어요. 이 환경에 닿는 손길을 책임지는 사육사분들의 노력도 유심히 살펴봤어요.
먹이를 준비하는 공간이 공개되어 있어서 작업대와 도구, 먹이 그릇을 어떻게 배치해 두었는지 볼 수 있었어요. 방사장에 놓인 먹이가 어떤 환경에서 준비되는지 들여다볼 수 있어 좋았어요.
어린 개체를 관리하는 모습도 일부 공개하고 있어서 잠시 엿볼 수 있었어요. 바닥의 베딩이나 내부 구성을 살펴봤는데, 제가 볼 수 있었던 범위에서는 특별한 점이 눈에 띄지는 않았어요. 그렇지만 애기들은 아주 귀여웠답니다. 오른쪽으로 발차기하는 것 같은 애기 좀 보세요 ㅎㅎ


먹이를 준비하는 공간과 어린 새들이 지내는 모습을 함께 살펴볼 수 있었어요.
방사장을 둘러보다 피딩 시간에 맞춰 가면, 사육사가 어떤 먹이를 어떻게 제공하는지 더 가까이에서 볼 수 있어 좋았어요. 여러 종이 함께 한 구역에 있는 만큼, 종마다 필요한 영양분을 제공하기 위해 먹이를 선별하여 제공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어요.


먹이가 궁금한 나비어리 브리더들과 먹이가 먹고 싶어서 황급히 날아오는 새들
더운 날씨에 먹이가 그대로 노출되어 있었는데도, 제가 살펴보는 동안에는 날벌레가 꼬이는 모습을 보지 못했어요. 일정 시간이 지나면 먹이를 모두 회수하는 모습도 봤고요. 나비어리에서도 매일 먹이를 챙겨야 하니까, 무엇을 주는지뿐 아니라 먹이를 놓은 뒤 어떻게 살피고 관리하는지에도 관심이 갔어요.
만다이는 공식 동물복지 안내에서 종과 나이, 건강 상태에 맞춰 식단을 구성하고, 먹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도 자연스러운 행동을 지원한다고 설명해요. (만다이 동물복지 안내)
새들이 이용하는 건 나무와 식재만이 아니었어요. 사람이 만든 나뭇잎 모양의 덮개 아래에 몸을 들이거나, 구조물 위에 앉아 있는 모습도 볼 수 있었어요. 나무 사이에는 별도로 마련된 새장도 있었고요. 어떤 이유로 따로 관리하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자연처럼 느껴지는 풍경 안에 사람이 마련한 시설도 함께 어우러져 있었어요.


나무 사이에 어우러진 인공 구조물도 새들이 생활하는 공간의 일부였어요.
둘러보는 동안 만난 사육사들에게는 개인적으로 궁금했던 점들을 직접 물어보는 소중한 시간도 가질 수 있었어요. 눈으로 살펴보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실제로 새들을 돌보는 분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 되었어요.
여러 종의 새들을 지척에서 매일 돌보며 얻은 인사이트와 노하우, 먹이 관리 등에 관해 질문을 드렸고 좋은 답변을 얻을 수 있었어요. 관련한 정보들은 나비어리를 운영하며 얻은 점들과 함께 융화하고 보완해서 차차 소개시켜 드려볼게요. 계속 지켜봐 주세요 ㅎㅎ


나비어리 팀 CEO 첫 공개입니다 ㅋㅋㅋ 옷만 봐도 잔뜩 신난 것 같지 않나요?
먹이 준비실에서 시작해 급여와 회수, 새들이 이용하는 시설까지 살펴보니, 자연처럼 느껴졌던 풍경 안에 사람의 손길이 함께 어우러져 더욱 보완되어 있다는 게 잘 보였어요. 나비어리에서도 먹이의 종류뿐 아니라 준비하고 제공하고 살피는 과정, 새가 실제로 머무는 자리까지 함께 고민하고 싶었어요.
3. 배우는 마음만큼, 보는 즐거움도
그렇다고 하루 종일 무언가를 배우려고만 했던 건 아니에요. 새들을 좋아해서 찾아온 만큼, 가까이서 마주치는 모습 하나하나를 즐기는 시간도 참 좋았어요.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새들을 보는 듯하면서도, 그 모습을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다는 점이 특별했어요. 새들은 관람객 동선의 난간에 앉아 있기도 하고, 사람이 걷는 길 위를 그냥 걸어 다니기도 했어요.


난간에서도, 함께 걷는 길 위에서도 새들을 가까이 만날 수 있었어요.
피딩 시간에는 많은 새를 한자리에서 가까이 볼 수 있다는 즐거움도 있었어요. 다같이 식사하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자면 정말 우당탕탕에 가까워요. 너무 재미있는 경험이었답니다.

먹이 하나를 같이 물고 있는 녀석들 좀 보세요. 귀여운 건 같이 보고 싶어서 넣었어요. ㅎㅎ
버드 파라다이스가 워낙 넓으니 구역과 구역사이에 항상 휴식공간이 있었어요. 시원한 에어컨과 앉을 공간을 제공해줘서 정말 가뭄 뒤 단비 같은 공간이었답니다. 그 사이, 소소하게 눈길을 끄는 것들도 많았어요. 그중 하나가 새들의 부리 모양과 색을 살려 만든 의자였어요. 벽의 페인팅과 함께 보면 의자가 커다란 새의 부리로 이어져서, 앉아서 쉬는 공간까지 재미있게 느껴졌어요.


새들의 부리 모양과 색을 살린 의자들. 벽의 페인팅과 함께 보니 더 재미있었어요.
멋있고 재미있는 공연들도 볼 수 있었어요. 진행자와 함께 등장한 새를 가까이서 보고, 커다란 날개를 펼치는 모습도 감상했어요. 방사장을 걸으며 새를 찾아보는 것과는 또 다른 즐거움이었어요.


버드 파라다이스 이야기에서 홍학(Flamingo)도 빼놓을 수 없어요. 초록빛 나무와 물가 사이로 분홍빛 홍학들이 모여 있는 모습을 보니, 이곳의 꽃이라는 말이 참 잘 어울린다고 느꼈어요.
홍학들을 가까이서 보는 것도 좋았지만, 폭포와 나무, 물가가 함께 보이는 풍경은 또 다른 멋이 있었어요. 새들의 색과 주변 환경이 한데 어우러진 모습이 정말 예뻤어요.


눈이 휘둥그레질 만큼 예쁘고 멋있는 환경이었어요.
그리고 저희는 운 좋게 멋진 군무도 볼 수 있었어요. 여러 새가 함께 날아오르며 넓은 방사장을 가로지르는 모습이 정말 장관이었어요. 역광이라서 그 때의 감동을 다 전달해 드리기 어렵지만, 멋진 군무를 보여주는 새들 중에는 마카우들이 있었답니다. 얼마나 형형색색 이뻤는지 상상이 되시나요?


운 좋게 마주한 새들의 군무. 넓은 공간을 함께 날아가는 모습이 정말 멋있었어요.
4. 다시 돌아보니 만날 수 있었던 갈라
이번 버드 파라다이스 출장기에서 가장 보고 싶었던 새가 누구인가 하면 나비어리의 주종이기도 한 갈라 코카투(Galah Cockatoo, Eolophus roseicapilla)였어요. 그런데 둘러보는 동안 좀처럼 만나지 못해서 아쉬웠답니다. 그렇게 못 보고 돌아가나 싶었던 찰나, 폐장 시간이 가까워져 한 번 더 돌아본 곳에서 드디어 갈라를 만날 수 있었어요. 높은 구조물 위에 있는 분홍빛 모습을 발견하니 정말 반가웠어요.

폐장 시간이 가까워져 다시 돌아본 곳에서, 드디어 만나 반가웠던 갈라들이에요.
갈라를 뒤늦게 만나고 나니, 제가 한 번 지나쳤다고 해서 그 공간을 다 보았다고 할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같은 대형 방사장인데도 오전과 오후에 보이는 새의 종류가 다를 수 있다는 게 무척 인상 깊었어요. 보이지 않던 새들은 어쩌면 자신이 편안하게 느끼는 곳에 몸을 숨기고 머물다가, 움직이고 싶은 시간이 되어 모습을 드러낸 게 아닐까 싶었어요.
5. 새들이 머물고 번식하는 공간
나뭇잎 사이에 몸을 가리고 앉아 있던 새의 모습이 그 생각과 이어졌어요. 우리가 길을 지나가는 동안에도, 저렇게 잎이 무성한 곳에 머물고 있다면 눈에 띄지 않을 수 있겠구나 싶었어요. 새가 스스로 안전하다고 느끼는 곳에 숨어 있다가 원하는 시간에 나와 활동할 수 있는 여유. 가까이에서 새를 볼 수 있다는 것만큼, 새에게 모습을 보여주지 않을 공간도 있다는 점이 마음에 남았어요.

높은 나무 위에 숨어있는 새들을 관찰할 기회는 흔치않죠. 새를 찾아보는 재미도 있답니다.
숨어 있는 새들을 찾다보면, 조심스럽게 알을 품고 있는 새들도 볼 수 있었어요. 아주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 광경이었답니다. 비가 내리면 비를 맞고, 바람이 불면 바람을 느끼고, 몸을 숨기고 싶으면 나뭇잎 사이로 들어가는 새들. 아침에 감탄했던 웅장한 풍경은 그렇게 새들의 하루가 이어지는 공간이었어요.

자연속에서 엄마가 될 준비를 하고 있는 새의 모습도 볼 수 있다니, 정말 멋진 곳이예요
이런 모습들을 보며 제가 생각하는 브리딩의 핵심을 다시 떠올렸어요. 새들이 원하는 때에, 스스로 선택하고 안전하다고 느끼는 곳에서 자연스럽게 번식하고 가정을 꾸려나가는 것. 저는 그게 브리딩의 핵심이라고 생각해요.
숨고 싶을 때 머물 자리와 자기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고, 그 일상이 다음 생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환경을 마련하고 곁에서 돌보는 일이요. 나비어리에서도 새들의 선택과 생활을 세심하게 살피면서, 그렇게 가정을 꾸려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고 싶어요.
마무리하며
처음에는 방사장의 크기에 감탄했고, 그 안을 걷다 보니 새들의 생활과 그 곁의 돌봄이 눈에 들어왔어요. 배우고 싶어서 간 곳에서 좋아하는 것을 실컷 즐기고, 돌아와서도 오래 생각하게 될 장면들을 만나고 왔어요.
동물원인 Bird Paradise와 나비어리의 브리딩센터는 규모와 목적이 달라요. 시설을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려워도 새와 자연, 사람이 함께 어우러지도록 작은 부분까지 치밀하게 고민한 태도는 꼭 본받고 싶어요. 우리 센터를 준비하면서도 세심하게 관찰하고 궁금한 점을 묻는 마음을 이어가려고 해요.
다음 글에서는 Singapore Zoo, Night Safari, River Wonders 이야기를 해보려고 해요. 그곳에서 만난 동물들과 흥미로웠던 장면들도 함께 나눠볼게요.
나비어리의 사육 환경이나 앵무새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다면 편하게 문의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