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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무새 행동 풍부화: 포레징이 왜 중요할까?

앵무새 행동 풍부화의 핵심을 정리합니다. 왜 그냥 먹이그릇보다 찾고 뜯고 꺼내는 과정이 중요한지, 어떤 풍부화가 문제행동 감소에 더 효과적인지 설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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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rot With Toy

들어가며

10년전까지만 해도 앵무새는 새장에 넣어서 기르는 것이 한국에서는 당연시 되었어요.

"새는 새장에서 키워야지"

물론 현대사회에서 새장은 없어서는 안돼요. 24시간 지켜볼 것이 아니면 앵무새에게 집안에 위험한 요소들이 너무나도 많거든요.

그렇지만 요새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의 시각은 조금 달라졌어요. 동물의 복지, 같이 사는 반려동물의 행복을 위해서 노력하는 집사님들이 많아졌어요.

앵무새 또한 마찬가지에요. 여기저기에서 포레징이라는 용어로 행동 풍부화를 강조하고 있어요.

하지만 아직도 많은 분들이 행동 풍부화를 "장난감을 넣어 놓고 가지고 놀라고 하는 것" 정도로 생각해요.

그런데 논문들을 읽어보면 핵심은 장난감의 개수보다 행동의 구조에 더 가까워요. 행동 풍부화란 단순히 장난감을 넣어주는 일이 아니라, 앵무새가 하루를 어떻게 보내는지를 다시 설계하는 일에 가깝다고 생각해요.

특히 여러 연구에서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건 하나였어요.

포레징(foraging)

즉, 먹이를 찾고, 뜯고, 꺼내고, 잡고, 가공하는 과정 자체를 늘려주는 것 이었어요.

행동 풍부화는 "심심풀이"가 아니에요

야생의 갈라코카투

야생의 갈라 코카투에게 있어 먹이 탐색은 하루의 절반을 차지할 만큼 중요한 활동이다.

행동 풍부화는 단순히 새에게 자극적으로 바쁘게 만드는 기술이 아니에요.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사육 환경에서 지나치게 짧아져버린 자연스러운 행동의 시간을 다시 늘려주는 작업에 가까워요.

야생의 앵무새는 새끼가 아닌 이상 먹이를 그냥 앉은자리에서 받아먹지 않아요.

날아다니며 먹이를 찾아다니고 땅, 나뭇가지, 나뭇잎을 뒤집어가며 먹이를 고르고, 먹이를 발로 잡고, 부리로 까고, 뜯고, 돌아다니면서 먹어요.

반면 가정에서는 어떤가요?

많은 가정 환경에서의 앵무새들은 먹이통에 있는 먹이를 바로바로 먹어요. 그 과정은 채 몇 분이 되지 않아요. 그러면 하루 중 상당한 시간이 비게 되고, 이런 단순한 환경은 어떤 개체에게는 과도한 스크리밍, 케이지 물기, 입질, 깃털 자해 등으로 이어질 수 있어요.

그래서 행동 풍부화의 근본적인 질문은 "무엇을 넣어줄까?"보다 먼저 **"이 아이가 오늘 부리와 발과 머리를 얼마나 썼나?"**가 되어야 해요.

왜 하필 포레징 일까요?

이번에 읽은 논문들에서 가장 일관되게 나온 메세지는 이거였어요.

그냥 먹이를 주는 것과, 먹이를 찾게 만드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

같은 음식이라도

  • 그릇에 담아 바로 먹게 하느냐
  • 종이, 나무, 잎, 구멍, 박스 안에서 꺼내 먹게 하느냐

에 따라 앵무새가 새장 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달라져요

그리고 이 시간 차이가 생각보다 중요해요. 앵무새는 단순히 배를 채우는 동물이 아니라, 먹이를 얻는 과정 자체에서 부리와 발을 사용하고, 탐색, 선택, 조작 같은 행동을 계속 수행하는 동물이기 때문이에요

즉, 포레징은 "먹이" 풍부화라기보다 행동의 시간을 늘려 앵무새들의 뇌를 자극해주는 풍부화라고 보는 쪽이 더 정확해요

포레징

어떻게 먹느냐가 행동을 바꿔요

동물원에서는 앵무새의 먹이를 어떻게 먹이느냐와 같은 연구를 많이해요.

체스넛 마카우 영양 가이드: 야생 식단부터 과학적인 급여법까지 에서도 말했듯이, 잘게 썰어 주는 것이 아닌 통째로 주는 경우 먹이를 먹는 시간이 늘어나고 먹이를 먹는 양도 늘어났어요.

또다른 연구에서는 브라질 동물원에서 리어 마카우(Lear's Macaw)를 대상으로 한 환경 풍부화 실험이 있었어요.

바나나 잎에 정성스럽게 싸인 헤이즐넛, 딱딱한 코코넛 껍질, 거친 풀잎과 코코넛 섬유가 가득 차있는 종이 상자를 제공하자 행동이 달라졌어요.

먹이그릇에 머무는 시간이 줄어들고, 종이 상자에서 노는 시간을 많이 사용했어요. 또, 서로 털을 다듬어 주는 행동도 늘어났어요.

즉, 행동풍부화는 앵무새들의 지루함을 달래주는 단순한 것이 아니라 그들의 삶의 질 자체를 올려주는 도구에요.

모든 포레징이 똑같이 좋진 않아요

호주 동물원에서는 문제행동이 있는 앵무새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다섯 가지 조건(포레징 부재, 슬라이스 오이 제공, 신선한 잔디 제공, 배플 케이지(음식물을 넣어서 걸어두는 케이지에요) 제공, 밀렛 디스크 제공)으로 비교했어요.

모든 포레징 방법이 공통적으로는 포레징 시간, 그러니까 먹이를 찾고 하는 시간이 늘어난 모습을 보였어요.

다만, 문제행동의 감소까지 분명하게 연결된 건 잔디와 밀렛 디스크였어요.

단순히 먹는 것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잔디 뿌리를 하나씩 뽑아내고 혀와 발을 이용해 잎사귀를 정교하게 다루는 작업, 밀가루와 물, 기장을 섞어서 만든 밀렛 디스크의 단단하고 끈끈한 질감으로 앵무새들이 밀렛 씨앗을 골라내는 데 훨씬 많은 시간을 쏟게 만들었을 때 가장 효과가 좋았어요.

풍부화는 그저 먹을 게 들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효과가 나는 게 아니라 오래 뜯고, 뒤지고, 빼내고, 조작해야 하는 구조여야 실제로 더 잘 작동하는 것으로 결과가 나왔어요.

  1. 쉽게 한 번에 먹어버리는 풍부화
  2. 몇 초 만에 끝나는 풍부화
  3. 부리와 발을 거의 안 쓰는 풍부화

는 앵무새 입장에서는 그냥 간식 제공에 가깝다는 거죠.

즉, 보호자 입장에서 화려하고 다채로워보이는 식단을 주는 것은 포레징이 아니라는 거에요.

개체차

같은 케이지에 있는 개체라도 반응이 달랐어요. 같은 포레징이라도 어떤 개체는 활동이 늘고 이상행동이 줄지만, 다른 개체는 변화가 별로 없었어요.

그래서 보호자들의 관찰이 제일 중요해요. 개체마다

  • 무엇을 오래 물고 노는지
  • 무엇을 금방 포기하는지
  • 어떤 재질을 좋아하는지

등을 파악해야 더 효과적인 포레징을 할 수 있어요.

풍부화와 훈련은 따로 노는 게 아니에요

이번에 본 논문 중에 저에게 새로운 시각을 주었던 논문이 하나 있어요.

훈련과 풍부화를 완전히 별개로 보지 않는 시각이에요. 생각해보면

  • 훈련은 원하는 행동이 자발적으로 나오도록 환경과 결과를 주는 것.
  • 풍부화는 개체의 자연스러운 행동이 더 많이 나오도록 환경을 설계하는 것.

결국 둘 다 행동을 설계하는 도구에요.

그래서 저는 행동 풍부화를 "장난감"으로만 보기보다, 앵무새가 스스로 좋은 행동을 선택하게 만드는 환경 설계로 보는게 더 멋지고 맞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와 같은 프로그램을 보면 대부분의 문제행동은 벌을 주기보단 다른 행동을 유도하면서 자연스럽게 교정이 돼요. 모든 동물이 비슷하게 적용될 수 있다는 이야기에요.

훈련을 할 때 자연스럽게 앵무새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일련의 과정을 설계해보세요.

실제 연구에서는 행동풍부화의 본질인 개체가 자연스러운 행동을 하도록 하여 자발적인 훈련을 이루어지도록 해요.

샌디에고 동물원에서는 당뇨병을 앓는 드릴(영장류의 한 종)을 사육사가 강제로 주사하는 대신 스스로 인슐린 주사 맞기를 선택하도록 훈련시켰어요. 이러한 선택지를 주는 것은 동물의 스트레스를 획기적으로 낮추고, 행동하는 동물이 행복하다라는 것을 끈임없이 증명해요.

회색앵무새 알렉스의 언어 학습도 마찬가지에요. 그저 외우게 하기보다는 이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참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보상을 통해 자연스럽게 학습하도록 했거든요.

이건 제가 전에 쓴 앵무새는 왜 사람 말을 할 수 있을까? 알렉스 연구와 최신 뇌과학 정리에서 확인할 수 있어요

집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풍부화

포레징 장난감

포레징 장난감, 안에는 종이끈과 씨앗 등을 넣을 수 있다.

1. 먹이를 숨기기보단 꺼내서 먹을 수 있도록 하세요

그냥 먹이를 숨기기보단 앵무새가 실제로 파헤치고, 뜯고, 찢고, 부수고 꺼내야 하는 구조가 더 좋아요.

예를 들어

  • 종이컵 안에 과일 넣기
  • 박스 안에 종이와 함께 먹이 섞기
  • 구멍에서 알곡 꺼내게 하기

핵심은 그저 "찾았다"만이 아니라 그것을 찾고나서 이후의 행동을 설계하는 것이에요.

2. 잘게 썰기만 하지 말고 잡고 뜯게 해주세요

앵무새는 부리만 쓰는 동물이 아니에요. 발로 잡고 먹는 과정도 굉장히 중요해요.

그래서 가능하면

  • 채소를 너무 잘게 다지지 않기
  • 너무 작은 펠렛 먹이지 않기
  • 통째로 제공하기
  • 매달거나 끼워서 뜯어먹게 하기

나비어리는 키우고 있는 앵무새들에게 절대 음식을 다져서 주지 않아요. 물론 크게 썰어서 주면 단점도 있어요. 새장 아래로 커다란 음식들이 한입만 먹은 채로 떨어져서 버리게 되는 경우들이 있거든요..ㅠㅠ

그래도 앵무새들의 행복감을 생각하면 저는 아깝지 않아요...전혀..

앵무새들이 편하게 먹었으면, 다 먹었으면 좋겠는 집사님들의 부모와 같은 마음은 알지만 앵무새들의 행복을 더 생각해주세요!

3. 난이도는 계단식으로

처음부터 너무 어렵게 만들면 앵무새들이 포기할 수 있어요.

풍부화는 지능 테스트가 아니기 때문에 처음에 성공 경험을 주는 게 중요해요.

  1. 반쯤 열려 있는 종이에 먹이를 넣어 줘보세요
  2. 완전히 감싼 종이에 먹이를 넣어서 주세요
  3. 이번엔 조금 더 찢기 어려운 박스에 종이와 함께 음식을 넣어주세요.
  4. 박스안에 여러개의 층 구조를 만들어서 박스를 찢어서 먹이를 찾게 해주세요.

이런 식으로 점점 올리는 게 좋아요. 위의 방법 말고도 여러가지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보세요 (좋은 방법이 있다면 저에게도 공유해주세요!)

4. 포레징의 종류만 바꾸지 마시고 기록도 해보세요

나비어리에서는 기록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기고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브리딩 시스템도 디지털로 만들고 있죠.

기록은 결국 경험치를 더 빠르게 올려주고 시행착오를 줄여줘요.

풍부화의 기록은 위에서 말한 개체간 차이를 명확하게 알 수 있는 증거에요. 어떤 개체가 어떤 풍부화를 좋아하는지, 무엇을 금방 포기하고 어떤 행동을 하는지 등을 기록하다보면 집사님도 앵무새에 대해 더 알아가는 과정이 될 거에요.

5. 안전하게 해주세요.

사람이 쓰는 물건들에는 아이들에게 좋지 않은 물질이 많아요. 특히 앵무새는 부리와 혀를 아주 잘 쓰기 때문에 더욱 위험할 수 있어요.

재료는 반드시 무독성이고, 삼켰을 때 위험하지 않으며, 부리나 발이 끼이지 않는 구조여야 해요. 젖거나 오염된 재료는 바로 제거해주세요

좋은 풍부화는 복잡하게 해서 아이들이 포기하거나 위험한 스릴을 즐기는 것이 아니에요.

그저 안전하게 오래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만 만족시켜 주면 돼요.

풍부화는 만능이 아니에요

풍부화는 문제행동 교정에 좋긴 하지만 은탄환은 아니에요.

문제행동이 심하거나, 자해가 뚜렷하거나, 활동성이 뚜렷하게 저하되었다면 병원을 가는게 더 좋아요.

주변 병원들은 저희가 만든 서비스인 앵모닝에서 주변 병원을 확인할 수 있답니다. (혹시라도 없는 병원이 있다면 문의주세요!)

마무리

나비어리의 귀염둥이 준배

나비어리의 귀염둥이 준배

이번에 논문들을 읽으며 저도 반성하고 큰 공부가 되었어요.

앵무새 풍부화 핵심은 좋은 음식, 과일 등이 아닌 앵무새들의 자연스러운 행동을 오랫동안 지속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에요.

비싼 장난감이 곧 풍부화가 아니에요.

  • 오래 찾고
  • 오래 뜯고
  • 발, 부리와 머리를 많이 쓰게 하고
  • 하루의 시간을 더 풍부하게 채워주는 구조

가 곧 좋은 풍부화에요.

나비어리 역시 풍부화를 위해 개체별로 여러가지 제공해보고 기록하면서 더 정교하고 좋은 풍부화를 해보고 싶어요.

앵무새를 행복하게 한다는 건 그냥 잘 먹이는 것만이 아니라, 그 아이답게 행동할 기회, 아이들에게 행복을 돌려주는 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참고 문헌

  1. Fernandez, E. J., & Martin, A. L. Animal Training, Environmental Enrichment, and Animal Welfare: A History of Behavior Analysis in Zoos.

  2. Azevedo, C. S., Caldeira, J. R., Faggioli, Â. B., & Cipreste, C. F. Effects of different environmental enrichment items on the behavior of the endangered Lear's Macaw. (2016)

  3. Fangmeier, M. L., Burns, A. L., Melfi, V. A., & Meade, J. Foraging enrichment alleviates oral repetitive behaviors in captive red-tailed black cockatoos. (2020)

  4. Coulton, L. E., Waran, N. K., & Young, R. J. Effects of foraging enrichment on the behaviour of parrots. (19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