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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무새는 정말 왼발잡이일까?

앵무새도 사람처럼 왼손잡이, 오른손잡이가 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한쪽 발을 주로 사용하는 행동이 앵무새의 지능, 진화 과정, 그리고 두뇌 발달과 어떤 관련을 맺고 있는지 논문을 통해 과학적으로 파헤쳐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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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min read

청금강

들어가며

우리 집 앵무새가 간식을 먹거나 장난감을 잡을 때, 주로 어느 발을 쓰는지 보신 적이 있나요?

사람에게 왼손잡이와 오른손잡이가 있듯이, 앵무새에게도 주로 사용하는 발이 있어요. 앵무새가 어느 발을 사용하는지에 대한 관심은 무려 17세기부터 시작되어 30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수많은 조류학자와 과학자들의 흥미로운 연구 주제였어요.

놀랍게도 앵무새 종의 많은 종들이 오른발로 나뭇가지를 단단히 잡고, 왼발로 먹이를 쥐는 왼발잡이 성향을 보인다고 해요.

그런데 이 '*발잡이' 행동은 단순한 습관이 아니에요. 최근의 뇌과학과 진화생물학 연구들은 앵무새가 발을 사용하는 방식이 앵무새의 지능, 뇌 크기, 그리고 인지 능력과 아주 깊은 관련이 있다는 것을 밝혀내고 있어요.

앵무새의 발

앵무새의 발은 다른 새들에 비해 훨씬 정교한 발을 가지고 있어요.

먹이를 발로 잡고 들어서 뜯고, 장난감을 잡아서 돌리기도 하고, 마치 사람의 손처럼 여러가지 작업을 하는데 사용해요.

사람들은 손으로 이런 작업을 보통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해서 잘 모르지만, 동물계에서 이러한 행동들은 아주 특별하고 뛰어난 능력이에요.

인간과 닮은 '편측성'

회색앵무

동물계에서 인간처럼 압도적인 편측성을 가진 동물은 거의 없어요. 인간의 경우 국가나 문화마다 다르지만 평균적으로 90% 이상이 오른손잡이에요.

인간과 닮은 영장류인 침팬지의 경우 약 70% 정도가 오른손잡이, 오랑우탄의 경우 약 66% 정도가 왼손잡이이며, 고양이는 약 55% 정도가 왼발잡이라고 해요.

앵무새는 물론 종마다 다르지만 호주의 설퍼 크레스티드 코카투(Sulphur-crested cockatoo)와 같은 종들은 90% 이상이 왼발잡이라고해요.

앵무새는 왼발잡이일까?

여러 연구를 보면 앵무새는 왼발을 많이 쓴다고 나와있어요. 하지만 이 주장은 생각보다 조심히 이야기 해야해요.

앵무새 발 선호에 대한 연구는 오래되긴 했지만, 관찰 조건이 일정하지 않았고, 종도 제한적이었고, 먹이의 위치나 제공 방식도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어요.

앵무새는 하나의 종이 아니라 수백 종의 집합이기 때문에 서로 전혀 다를 수 있어요. 우리가 생각하는 개, 고양이와는 다르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서 주의해야해요. (나비어리에서 이전에 포스팅한 앵무새 이해하기: 개와 고양이와 완전히 다른 반려동물인 이유를 보시면 더 좋아요!)

예를들어 실험에서는 설퍼 크레스티드 코카투를 대상으로 실험을 했지만, 케아, 카이큐와 같은 앵무새들에서는 또 다른 결과를 낼 수 있었다는 거에요.

또한, 사람이 오른손으로 먹이를 주면, 앵무새 입장에서는 왼발이 더 가깝기 때문에 왼발로 받았을 수도 있어요. 이런 경우 그 앵무새가 정말 왼발잡이여서 왼발을 쓴 것인지, 아니면 먹이가 왼쪽에서 들어와서 왼발을 쓴 것인지 구분이 어려워져요.

방향보다 강도

흥미로운 건 왼발이냐 오른발이냐보다, 한쪽을 얼마나 강하게 쓰느냐가 더 중요할 수 있어요.

호주 앵무새들을 대상으로 한 편측성 실험에서 두 가지 실험을 진행했어요.

첫 번째는 씨앗과 비슷하게 생긴 작은 자갈을 두고 먹을 수 있는 씨앗을 구분하는 과제였고, 다른 하나는 먹이가 줄 끝에 매달려 있고, 먹기위해선 줄을 당겨서 가져와야하는 과제였어요.

여기서 결과는 왼쪽이든 오른쪽이든 한쪽 눈이나 한쪽 발을 더 일관되게 사용하는 개체들이 과제를 더 잘 수행했어요. 특히 줄 당기기처럼 발만 쓰는 것이 아닌 눈, 부리, 발, 균형감각 등을 사용해야 하는 복잡한 문제에서 더 강하게 나타났어요.

이건 뇌 편측화의 장점과 연결돼요.

뇌의 양쪽 반구가 똑같은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정보를 나눠 처리하면 더 효율적일 수 있어요. 한쪽은 먹이와 물체를 정교하게 보고, 다른 한쪽은 주변 위협이나 다른 정보를 처리하는 식이에요.

큰 앵무새일수록 발을 더 많이 쓰나요?

한 연구에서 호주 앵무새 23종의 발 선호를 비교했는데, 몸집이 큰 앵무새일수록 발 선호도가 강한 경향이 있었어요.

이건 직관적으로 봤을 때 대형 앵무새들은 단단한 씨앗, 견과류 같은 것을 다룰 일이 많아서 부리로만 먹기가 어려워요.

반면 작은 씨앗, 꽃, 꿀, 부드러운 먹이를 주로 먹는 종은 굳이 발로 잡을 필요가 적어요. 그냥 부리로 바로 먹는 편이 더 효율적이죠.

그래서 큰 먹이를 조작하는 종에서 발과 부리를 함께 쓰는 능력이 중요해지고, 이 과정에서 한쪽 발을 더 일관되게 사용하는 방향으로 진화했을 가능성이 있어요.

다만 단순히 '몸집이 커서 발 선호가 있다'보단 '큰 먹이를 다루는 생활 방식이 발 선호와 연결되어 있다'라고 보는게 좋아요.

뇌 크기와도 관련이 있을까?

호두

다른 한 연구에선 호주 앵무새 25종의 데이터를 이용해 발 선호와 뇌 크기의 상관관계를 연구했어요.

결과를 보면, 발 선호가 강한 종일수록 뇌 질량이 큰 경향이 있었고, 왼발 사용률은 nidopallium이라는 뇌 영역의 상대적인 크기와도 관련이 있었어요.

nidopallium은 조류의 전뇌 영역 중 하나인데, 인간의 대뇌피질과 기능적으로 비교되는 영역이에요. 학습, 선택, 실행 기능, 복잡한 정보 처리와 관련된 영역이죠.

앵무새 먹이를 발로 잡고 조작하는 행동은

  • 보고
  • 판단하고
  • 잡고
  • 조절하고

를 반복하는 고도의 운동이에요. 생각보다 조작이 복잡하기때문에 그만큼 뇌를 많이 사용하고, 그만큼 발달이 되는거죠.

우리집 앵무새는?

큰 과일

집에서 앵무새들에게 너무 잘게 썰어서 편하게 먹게 해주기보단 발을 쓰고, 머리를 쓸 수 있도록 간식을 줘보세요.

물론 안전을 유의해서 줘야해요.

너무 단단해서 다칠 수 있거나, 발이 끼거나, 부리가 손상될 수 있는 구조는 피해야 해요.

예를 들어

  • 채소를 너무 잘게 다지지 않기
  • 통째로 잡고 뜯을 수 있는 크기로 간식 주기
  • 안전한 나뭇가지나 잎과 함께 먹이 제공하기
  • 포레징 장난감 안에서 직접 꺼내 먹게 하기

이렇게 주면 우리집 앵무새가 어떤 발을 주로 쓰는지 알 수 있고 앵무새의 자연스러운 포레징이 되고 두뇌 발달에 도움이 될거에요.

포레징 글에서도 강조한 내용들이에요.

나비어리에서 계속 강조하는 것도 결국 비슷해요.

좋은 사육은 단순히 깨끗한 케이지, 좋은 사료, 좋은 온도만으로 끝나지 않아요.

그 개체가 어떤 행동을 하며 살아가는 동물인지 이해하고, 그 행동이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도록 환경을 설계하고, 앵무새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줘야해요.

마무리

준배와 창식이

나비어리의 준배는 오른발잡이고 창식이는 왼발잡이에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볼게요. 여러분들의 앵무새는 간식을 먹거나 장난감을 잡을 때, 주로 어떤 발을 쓰나요?

우리집 아이가 다른 아이들과는 다르게 오른발을 쓴다거나 하는 것에 너무 속상해 하지 마시고 그 아이들이 그 발을 더 많이 쓰고, 분석하고, 조작하면서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세요.

왼발잡이냐 오른발잡이냐고 재미있는 주제였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건 앵무새가 능력을 더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게 중요하다는 것에 대한 내용이 더 좋았어요.

나비어리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이러한 연구들을 보면서 저희만의 경험치를 쌓을 예정이에요. 기록을 통해 단순히 "이 아이는 이걸 좋아한다"를 넘어서, 각각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이해하는지 조금 더 면밀히 관찰하고 이해하고 싶어요.

앞으로도 많은 공부와 경험을 통해 더 건강하고 행복한 브리딩 문화를 선도해나가고 싶어요.

참고 문헌

  1. Harris, L. J. Footedness in Parrots: Three Centuries of Research, Theory, and Mere Surmise. Canadian Journal of Psychology. (1989)

  2. Magat, M., & Brown, C. Laterality enhances cognition in Australian parrots. 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 (2009)

  3. Brown, C., & Magat, M. The evolution of lateralized foot use in parrots: a phylogenetic approach. Behavioral Ecology. (2011)

  4. Kaplan, G., & Rogers, L. J. Brain Size Associated with Foot Preferences in Australian Parrots. Symmetry. (2021)